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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풍수지리
    교양학개론 2021. 7. 28.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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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친구의 초대를 받아 집들이를 갔습니다. 새로 지은 멋진 아파트였죠. 아파트 중앙에 인공 폭포와 연못까지 갖춘 정원이 있었는데요. 마치 공원 같았습니다. 심지어 가지가 굵고 오래돼 보이는 나무들도 많았는데, 실제로 100년 넘은 나무를 지방에서 구해와 심은 거라고 했습니다. 건물도 고급스럽고 조경도 훌륭했지만 한편으로는 좀 불편했습니다. 입주민을 위해 자연친화적인 경관을 만들겠다는 이유로 다른 쪽 자연을 손상시키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습니다. 한국은 최근 들어 자연친화적인 도시설계나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경제적 관점에서 도시를 만들고 건물을 짓고 있습니다.

    자연친화적 건축도 자연과 호흡하는 생태적 건축이라기보다는 인공적으로 조성해 놓은 것이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저는 한국이 지속발전 가능한 도시로 나아가려면 생태적 도시를 개발하고 생태에 초점을 맞춘 건축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은 그럴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풍수'의 전통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풍수라고 하면 미신부터 떠올리는 분들 많으시죠? 조상의 덕을 보려고 묏자리를 찾기 위해 알아보는 미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풍수 전통에 이런 측면이 있지만 그것은 일부일 뿐입니다. 풍수는 본래 인간이 살고 있는 공간의 물, 바람, 흙, 지형과의 호흡을 분석하는 이론입니다. '인간이 살기 좋은 땅은 어디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것이죠. 풍수론은 중국에서부터 시작됐는데요, 일찍부터 한민족의 지리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삼국시대 초기에 이미 한민족의 자생적인 지리 사상으로 자리를 잡아 점차 발전했지요.

    이후 고려의 태조 왕건이 풍수지리설에 힘입어 나라를 세운 것이나, 조선의 수도 한양이 풍수지리에 입각해 정해졌다는 것은 한국인의 삶에 풍수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풍수는 한국인이 천 년 이상 의지하고 살아온 자연관이지만 근대화되고 도시가 발전하면서 오늘날에는 그 가치를 상실한 것 같습니다. 한국의 현대적 도시계획과 건축은 높은 수준으로 정교해졌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차지하는 공간과 자연 공간의 조화'를 중시한 풍수적 관점은 사라졌지요. 이제 사람들은 바람과 물의 흐름에 대한 고려 없이 건물을 짓습니다. 땅의 자연적 지세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경제적 관점에만 초점을 맞춥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건물을 디자인하기보다는 '집과 공원이 90도 반경 안에 있는가'에만 집중해 인공적 경관을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 결과 산과 계곡의 자연스러운 경관은 무시되고, 건축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산의 일부가 잘려나가기도 하지요. 이게 사람에게 정말 좋은 걸까요? 공원과 거리가 집 가까이 있는 건축물을 짓는 것보다, 자동차가 다니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과 자연환경과의 관계가 아닐까요?

    앞으로 도시의 발전과 경쟁력의 척도는 누가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는가, 얼마나 화려한 건축물을 가지고 있는가, 사람들이 얼마나 편리하게 살 수 있는가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자연과 어우러져 공존하는가, 얼마나 자연을 보존하면서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를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한국이라고 생각합니다. 풍수의 전통을 되살린다면 말이죠. 풍수는 인간과 자연 간에 조화를 무시하는 기존 도시설계에 새로운 개념과 디자인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풍수는 자연과 인간의 건축물 간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제공하며 외부와 내부 세계 사이에 공기와 물이 순환하는 '호흡하는 건물'을 짓는 새로운 설계방법을 제시합니다. 이러한 건축물은 사람들이 살기에 더욱 건강한 환경을 제공하며 유지비도 적게 들 겁니다. 바람과 물, 흙의 흐름과 같은 자연의 규칙에 따라 건축을 한다면 더욱 살기 좋고 매력적이며 유지하기도 쉬운 건물이 될 겁니다. 특히 자연풍경과 하나가 된 독특한 건물들은 건축물 그 이상이 되어 그 자체가 예술품이 될 것입니다. 한국이 다시 풍수의 도시, 생태도시를 건설하면 동남아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등 여러 나라 신흥 대도시들이 서울의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하고 따르고자 할 것입니다. 한국의 풍수는 한류의 또 다른 핵심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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